그 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 나는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회사에서 신사업 프로젝트를 참여중이다 !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개발하고 배포까지 ! 그리고 사용자경험을 해서 매출이 가장 많은 팀이 1등하는 방식이다.
지난 글에서 회의 피드백 받고 마음가짐 다잡았다는 이야기를 썼는데 그 이후 2주 동안 무엇을 했는지 적어둔다.
세 번째 과제는 퍼소나 5명 만들기였다. 남자 3명, 여자 2명. 여자 2명 중 1명은 외국인이라고 팀리더가 지정해주셨다.
회의에서 받은 기준은 "누가 우리 서비스를 실제로 필요로 하고 돈을 낼 것인가" 였고, "아주 급해서 설명만 해도 100만원, 300만원 결제하게 만들 사람들"을 찾으라고 하셨다. Extreme Customer라고 한다. 평균적인 고객이 아니라 문제가 가장 강하고 지금 당장 사는 사람을 뜻한다. 내가 맡은 건 '한국 결혼 및 정착을 희망하는 외국인 여성' 이었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미리 생각해놓은 콘셉트에 맞춰 데이터를 추려 나가는 것은 자기 아이디어를 정당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였는데 우리 팀 Discover 자료가 딱 그럴 위험이 있었다. 설문 응답 30명이 전원 한국인이었다.
외국인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즉 내가 맡은 퍼소나는 근거가 0인 상태였다. '이런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 위에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우선 팀리더께 제목이랑 같이 승인 요청드리면서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 추가 인터뷰로 확보해도 되는지 여쭤봤고 승인 받고 바로 추가적인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인터뷰
첫 번째 과제 때 썼던 인터뷰 가이드가 61문항짜리로 있었다.
처음엔 거기에 외국인용 질문 몇 개만 추가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계산해보니 아니었다. 인터뷰 가능 시간이 30분인데 61문항이면 문항당 29초다. 그 속도로는 "네", "괜찮았어요" 같은 답만 돌아온다. 그건 인터뷰가 아니라 구두로 하는 설문이고 그런 데이터는 이미 30명분 있었다.
그래서 12문항으로 줄였다. 대신 한 사건을 끝까지 파고드는 방식으로 바꿨다. 책에도 일반론이 아니라 구체적 사례를, 되도록 최근 2주 이내의 경험을 물으라고 나와 있었다. 가장 공들인 건 축 분리 질문이었다.
"한국에 정착하고 싶으세요?" 라고 직접 물으면 답은 나온다.
근데 그 답으로는 왜 정착하려는지 알 수 없다. 한국이 좋아서인지 사람이 좋아서인지 본인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씩 지워보는 방식을 썼다. 사람을 지웠을 때 남는 게 있는지, 나라를 지웠을 때 남는 게 있는지를 따로 묻는 식이다. 두 질문은 같은 것을 반대 방향에서 재는 한 쌍이다. 그리고 기존 조사 30명이랑 문장이 완전히 똑같은 강제선택 2문항은 반드시 유지했다. 비교 가능한 축이 하나는 있어야 했다.
질문지보다 더 막막했던 건 대상자를 어떻게 구하느냐였다.
인터뷰 대상자 구하기
일단 개인 인스타 스토리에 한국에서 결혼하고 장착을 희망하는가, 안하는가에 투표를 올렸다.
응답자 25명 중에 내가 장착을 희망하는 사람은 5명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어서 전날 투표를 올리고 다음날 바로 30분 인터뷰 기준으로 가능한 사람의 수를 계산해서 인터뷰 제안을 드렸다. 그리고 거기서 가능한 분들로 추려서 그날그날 약속을 잡았다. 조건에 해당하는 쪽과 해당하지 않는 쪽 양쪽에서 가능한 사람을 다 모았다. 그런데 모으고 보니 한쪽이 비어 있었다.
장착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온 지 오래된 분들이었다. 어릴 때 와서 자란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내가 보려던 조건과는 상황이 달라진다. 대학 때쯤 한국에 와서 지금 정착을 고민하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런 분이 주변에 없었다.
그래서 외국인이 많은 오픈채팅방을 찾아서 사례금을 걸고 모집했다. 한 분이 연락을 주셨고, 그분 일정에 맞춰서 밤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행히 이분이 조건에 딱 맞는 분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인터뷰에서 퍼소나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나왔다. 7명 중에 가장 마지막에, 제일 어렵게 구한 분이었는데 거기서 나왔다.
표본을 채우려고 억지로 구한 게 아니라 비어 있는 칸을 찾아서 메운 것이었는데, 그게 제일 중요한 조각이 됐다.
그렇게 총 7명과 인터뷰를 잡았다. 한 사람당 30분씩, 거의 하루 종일 인터뷰를 하면서 근거를 모았다. 베트남, 네팔,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몽골, 대만, 러시아. 7개국이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해보니 질문지보다 훨씬 중요한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이 말할 때 애매한 단어를 엄청 많이 쓴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괜찮은 직장 구하면" 이런 식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 같다. 아 좋은 직장이면 연봉 높고 복지 좋은 거겠지, 아 좋은 사람이면 성격 좋은 사람이겠지 하고 혼자 해석해버렸을 것이다. 아니면 더 물어보면 실례가 될까봐, 말하기 싫어하는 건가 싶어서 안 물어봤을 것 같다.
근데 이게 제일 중요한 지점이었다.
"혹시 괜찮다는 게 어떤 의미예요?"
"좋은 게 어떤 건지 조금만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렇게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물어보니까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 내가 혼자 해석했으면 절대 안 나왔을 답들이었다. 어떤 경우엔 내가 짐작한 이유와 실제 이유가 완전히 반대이기도 했다. 안 물어봤으면 정반대로 기록할 뻔했다.
그러다 보니 깨달은 게 있다. 원래는 질문지에 있는 걸 다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상대 답에서 유도를 해나가고 필요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끼워넣는 방식이 훨씬 나았다.
질문지는 길을 잃지 않으려고 들고 있는 거지, 순서대로 읽는 대본이 아니었다.
페르소나
산출물을 만들때 항상 해당 산출물의 주 목표는 무엇인지를 보는 편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우리 서비스를 실제로 필요로 하고 돈을 낼 것인가?”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성별·직업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Extreme Customer를 중심으로 Persona를 만든다.
Extreme Customer란?
평균적인 고객보다, 문제가 강하고, 해결 필요성이 크며, 실제로 돈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
“급해서 사는 사람”
따라서 Persona를 만들 때는 항상:
“이 사람은 왜 우리 서비스를 사는가?”
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가 엄청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낼 이유가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이게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였다.
책에서는 퍼소나를 서비스를 쓸 것 같은 집단의 특성을 지닌 가상의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복잡한 데이터나 통계에 의존하는 대신 인간의 얼굴을 가진 한 개인으로 보게 해서 시장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하는 도구다.
결국 흩어져 있는 인터뷰 내용들을 한 사람으로 묶어서 한눈에 보는 것이었다.
나는 이 내용들을 계속 되세기며 페르소나를 제작하였다.
*Early adapter: 설명만하면 돈을 지불하는 사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외국인들중 어떤 것들이 그들을 extreme costumer로 만들 수 있을까? 원래 인터뷰 근거안에서 페르소나를 제작하면서 가야하는데 얼리어답터를 찾다보니 처음에는 자꾸 정해놓고 근거를 모을려고 했던거 같다..
'한국남자에 대한 환상을 가진 중산층' 이라는게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extreme costumer이였다. 그래서 페르소나를 이걸로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인터뷰를 막상 진행해보니 본국에서 중산층일수록 굳이 한국남자와 결혼하고 여기서 힘들게 살 생각이 없기 때문에 바로 돌아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내 가설은 틀렸던거 였다.
그래서 먼저 근거를 모으고 페르소나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7명 인터뷰를 질문별로 다시 정리했다. 같은 질문에 7명이 뭐라고 답했는지 가로로 늘어놓으니까 혼자 읽을 때는 안 보이던 게 보였다. 한 명씩 읽을 때는 그냥 각자 사정으로 보였는데 나란히 놓으니 패턴이 생겼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나왔다.
내가 하나로 묶어놓고 시작한 두 가지가 실제로는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A이면 당연히 B일 거라고 전제하고 퍼소나를 짰는데, 인터뷰를 늘어놓고 보니 둘은 별개의 축이었다. 심지어 한쪽이 가장 강한 사람이 다른 쪽은 가장 약하기도 했다.
전제가 깨지니까 퍼소나의 기본 구조부터 다시 짜야 했다.
두 번째 문제가 더 컸다. 7명 중에 돈을 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돈 이야기를 물어본 사람들은 전부 부정적이었다. 퍼소나의 목표가 "누가 돈을 내는가"인데 그 답이 0명으로 나온 것이다.
여기서 한참 막혔다. 근거 안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근거가 "아무도 안 산다"고 말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부정적으로 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봤다. 상황이 비슷했고, 무엇보다 전부 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꾸로 생각했다. 급하지 않으면 안 산다는 게 확인된 거면, 그 반대 조건을 가진 사람이 사는 사람이다. 부정 응답이 쓸모없는 데이터가 아니라 조건을 알려주는 데이터였던 것이다.
그리고 시장 데이터를 찾아봤는데 여기서 구조적인 문제를 하나 발견했다.
내가 맡은 대상은 기존 시장에서 애초에 돈을 내는 쪽이 아니었다. 돈은 반대편에서 냈다. 내가 아무리 퍼소나를 잘 만들어도 "왜 돈을 내는가"가 안 채워졌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그러면 질문이 바뀐다. 돈을 안 내도 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럼에도 돈을 내게 되는 상황은 뭘까.
답은 기존 채널을 쓸 수 없을 때였다. 기존 방법으로 해결되는데 그 방법을 쓸 수 없는 사람이라면, 돈을 내고서라도 다른 경로를 찾을 이유가 생긴다.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이 마지막 인터뷰에서 나왔다. 7명 중 유일하게 전제에 맞는 답을 한 사람이었고, 기존 채널을 왜 못 쓰는지, 뭐가 해결되면 생각해보겠는지까지 직접 말해줬다.
오픈채팅방에서 제일 어렵게 구한 그분이었다. 표본을 채우려고 구한 게 아니라 비어 있는 칸을 메우려고 구한 건데 거기서 핵심이 나왔다. 필요한 조각이 다 모인 셈이었다. 왜 급한지, 왜 기존 채널을 못 쓰는지, 뭐가 해결되면 사는지. 이걸 모아서 퍼소나를 썼는데 이번에는 순서를 바꿨다.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왜 돈을 내는가'부터 적고 거기서 거꾸로 올라갔다. 돈 내는 이유가 먼저 서니까 나이나 신분 같은 건 그 이유를 성립시키는 조건으로 자동으로 정해졌다. 앞에서 세 번 막혔던 게 순서를 바꾸니까 한 번에 풀렸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지켰다.
하나는 항목마다 근거 수준을 붙이는 것이었다. 근거 있음, 부분 근거, 가설, 추가 조사 필요. 인터뷰 진술이 있는 건 근거 있음으로 쓰고 아무에게도 못 물어본 항목은 그냥 비워뒀다. 빈칸을 채우고 싶은 유혹이 계속 있었는데 채우는 순간 추측이 된다. 승인받기엔 다 확실한 것처럼 쓰는 게 나았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실제 고객 만났을 때 틀리는 것보다 지금 비어 있다고 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다른 하나는 반대 사례를 같이 적는 것이었다. 지우면 퍼소나가 깔끔해지는데 그러면 경계가 사라져서 '어떤 외국인 여성이든 다 해당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반대 사례가 있어야 "이 조건이 없으면 이 퍼소나가 아니다"라는 선이 생긴다.
그렇게 페르소나를 만들고 팀리더께 피드백 요청을 드렸다.


다른팀 리더분께서도 내 페르소나를 해당 팀 방에 공유해주셨다.. 넘 뿌듯..
그렇게 페르소나 제작을 마치고 이제 매핑 및 hmw !! 그리고 콘셉 브리핑으로 컨셉을 도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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